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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프랑스 소도시 탐방 (낭트, 딘, 캉갈)

by hopang0 2025. 4. 11.

프랑스 서부는 대서양을 끼고 펼쳐지는 드넓은 해안선과 함께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간직한 지역입니다. 특히 브르타뉴(Bretagne) 지방은 프랑스 내에서도 고유의 언어와 음식, 예술 등을 지켜온 곳으로, 파리나 니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지역의 소도시들은 규모는 작지만 역사와 이야기가 가득하며, 느리지만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여행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감각과 고풍스러운 정서가 함께 어우러진 소도시들은 하나같이 독창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브르타뉴와 그 인접 지역의 대표적인 소도시 세 곳 낭트(Nantes), 딘(Dinan), 캉칼(Cancale)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서부 프랑스 소도시 탐방 (낭트, 딘, 캉갈)(이미지)

1. 낭트, 예술과 기술이 공존하는 창의도시

프랑스 서부의 관문이라 불리는 낭트는 단순한 항구 도시를 넘어, 예술과 창의성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루아르 강을 따라 번성한 무역 도시였으며, 현재는 ‘문화혁신의 중심지’로 불리며 각종 예술 프로젝트와 전시, 창의적인 도시 디자인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레 마시느 드 릴(les Machines de l'île)’입니다. 이 곳은 과거 조선소 부지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대한 기계 코끼리와 공상과학적인 놀이기구들이 도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감탄할 만한 스케일과 상상력이 이 도시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낭트는 문화유산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낭트 성(Château des Ducs de Bretagne)은 과거 브르타뉴 공국의 중심이었던 성으로, 내부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도심 중심가에는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과 고풍스러운 카페, 서점, 갤러리가 즐비해 있어 도보 여행을 하기에 최적입니다. 곳곳에 설치된 현대 조각과 공공 예술작품은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관처럼 느끼게 합니다. 여행자가 도시의 흐름 속에서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죠.

 

또한 낭트는 ‘프렌치 테크’ 도시로도 알려져 있으며, 스타트업과 창작자들이 모이는 도시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도시의 레스토랑, 숍, 카페에도 반영되어 있어 전통과 모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루아르 강변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지고, 예술축제와 야외 전시가 도시 전체를 문화로 물들입니다.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관광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체험하는 것이라면, 낭트는 그에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2. 딘, 중세의 숨결이 살아있는 고요한 마을

딘(Dinan)은 브르타뉴 지역의 가장 아름다운 중세 도시 중 하나로, 과거의 시간 속을 걷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입니다. 높은 성벽과 돌로 된 골목길, 그리고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세기 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줍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과 같은 이곳은 브르타뉴 특유의 전통 건축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도심 중심의 시계탑을 기준으로 방사형으로 퍼지는 골목들이 매력적입니다. 자동차 없이 걸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도보 여행자에게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딘은 ‘수공예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많은 예술가와 장인들이 이 도시에 머무르며, 도자기, 유리공예, 섬유 예술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골목골목에는 이들의 작업실과 갤러리가 숨어 있으며, 직접 제작과정을 보거나 구매도 가능합니다. 특히 여름에는 ‘딘의 예술 축제’가 열려 거리 전체가 갤러리처럼 변신하며, 작지만 예술적인 도시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화적 활기는 조용한 외관과는 달리 깊이 있는 도시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켜줍니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딘의 또 다른 자랑입니다. 루앙강(Rance River)을 따라 이어지는 이 길은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가끔씩 배가 지나가는 모습이 그림처럼 어우러집니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단순히 앉아 여유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브르타뉴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딘은 여행지로서의 편리함보다도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곳이며, 소박한 감성과 중세의 미학을 동시에 간직한 특별한 마을입니다.

3. 캉칼, 바다가 주는 여유와 미식의 마을

캉칼(Cancale)은 몽생미셸에서 가까운 브르타뉴 북부 해안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로, 프랑스 내에서도 ‘굴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도시의 중심은 항구이며,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줄지어 늘어선 레스토랑과 해산물 가판대가 여행자들의 입맛을 유혹합니다. 특히 갓 채취한 굴을 항구에서 바로 맛볼 수 있는 경험은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얻기 힘든 특별한 순간입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위에 떠 있는 양식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캉칼은 단순한 미식 도시를 넘어, 해양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도시입니다. 항구 근처에는 작은 등대와 조개잡이 배가 줄지어 있으며, 아침마다 어부들이 신선한 해산물을 나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활기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인 ‘센티에 데 두아네(Sentier des Douaniers)’는 가장 아름다운 해안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대서양을 따라 펼쳐지는 장대한 절벽 풍경이 인상 깊습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름의 짙은 푸른 바다가 선사하는 위로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이 도시는 관광지이면서도 여전히 일상과 삶이 중심이 되는 공간입니다. 유명 관광지로 변모한 많은 도시들과 달리, 캉칼은 여전히 ‘살아있는 항구’이며, 그만큼 진정성 있는 여행을 제공합니다. 미쉘 브라스 같은 세계적인 셰프들도 이 도시의 해산물에 감탄하며 자주 찾는다고 하니, 미식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목적지입니다. 조용한 바다와 함께 진짜 프랑스의 맛과 삶을 경험하고 싶다면, 캉칼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결론

프랑스 서부는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특별한 감동을 주는 지역입니다. 낭트의 창의적 문화도시, 딘의 중세적 고요함, 캉칼의 바다와 미식은 각각의 개성으로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여름철 북적이는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감성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이들 소도시에서 새로운 프랑스를 발견해보세요. 당신의 감성을 자극할 진짜 프랑스가 이곳에 있습니다.